<‘우리는 모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일을 합니다’ 지경애 작가 인터뷰>
Q. 처음 ‘우사일’ 프로젝트를 듣고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 사실 처음엔 가수의 노래에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 저에게 어떤 의미일까라는 생각에만 빠져있었어요. 저는 매우 개인적인 사람이거든요. 그런데 하림씨를 만나 이야기 나누고 콘서트에도 참여하다 보니 제 그릇에 넘치는 일을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업을 마치고 나니 그림으로 작은 목소리를 보탤 수 있어서 뿌듯한 마음이 듭니다.
Q.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결정하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 이은아 주간님께 작업 제의를 받고 노래를 들어봤어요.
제 마음이 찡해지는 것들에 영감을 얻고 감응하는데 이 노래가 그랬습니다. 그래서 그림 작업을 하게 됐죠.
Q. 우사일 속 인물들의 다양한 직업은 어떻게 설정하셨는지 궁금합니다.
▶ 일부러 생각해 내야 하는 특별한 직업군이 아닌 일상에서 자연스레 만나게 되는 분들의 모습을 그렸어요. 예를 들어 문밖에만 나가도 계시는 택배 아저씨, 야채 파시는 할머니, 헤어디자이너, 병원 간호사 등 곳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분들이잖아요. 평범하게 일하는 우리의 모습 속에 이 노래가 갖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Q. 그림책에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가상의 인물들로 구성된 것인가요?
▶ 가장 고유한 것은 그 자신에서 비롯되는 것인데요. 작업할 때 우선은 제 안에 있는 것들을 끄집어내 이야기하고 그리고 있어요. 이 책에도 그런 인물들이 많이 등장해요. 지인, 가족, 기억 속의 인물들. 몇 명 말씀드리면 야쿠르트 아주머니는 저희 엄마의 많은 직업 중 하나였기에 자연스레 그리게 되었고요, 기상 장면에서 일어나자마자 이불을 개는 부지런한 남자는 남편의 모습이에요. 제가 작업하는 공간을 작게 그려 넣기도 하고 본문 첫 장면으로 그렸다가 운명적으로 표지가 된 그림에는 누가 있는지 찾아봐 주세요^^
Q. 색연필로 그림을 그리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 아, 너무 시시한 답변일 수 있는데요, 색연필이 좁은 공간에서 그리기 쉬운 재료라 환경에 맞춰 진화한 작업 스타일이라고 해야 할까요?^^ 아이 키우면서 집에서 작업을 하다 보니 덜 묻고 덜 번거로운 재료를 쓰게 됐어요. 제가 좋아하는 재료는 먹, 아크릴 과슈예요. 앞으로의 작업에는 그 재료들을 써보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Q. 혹시 책 속에 작가님이 숨겨놓은 비밀 포인트 같은 것이 있을까요?
▶ 일을 한다는 것은 사람 사이의 연대이며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걸 표현하고 싶어서
앞 장면에 다음 장면의 일부를 살짝씩 그려 넣은 부분들이 있습니다. 비밀 포인트라고 말씀드리기엔 미미합니다^^
Q. 평소 작가님은 어디서 영감을 받으시나요?
▶ 제 마음에 머무는 것들이요. 무엇이든 마음이 동하는 것에 멈춰 서게 돼요.
이건 그날의 감정과도 연관이 있어서 책을 읽다가도 어제는 의미 없던 단어가 오늘 저를 멈추게 하기도 해요. 다분히 사색하는 사람이라 그 점이 힘들기도 합니다.
Q. 특별히 창작 활동이 잘 되는 시간과 공간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 공간은 앞서 말씀드린 대로 집에서 작업을 하니 선택지가 없구요, 잘 되는 시간은 그림, 이야기 구상 모두 새벽 시간대인데 아침에 일어나서 보면 밤에 쓴 편지처럼 지나치게 센티해서 박박 지워버리게 돼요. 그래서 낮에 집중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의뢰받은 작업물을 제외하고 개인 작품도 많이 그리시나요?
▶ 아니요. 늘 육아에 쫓기고 시간을 컨트롤 못해 쩔쩔매는 타입이라 개인 작업을 여유 있게 하지 못해요. 음... 작품이라고 할 순 없지만 시와 글씨 쓰기를 좋아해서 좋아하는 시를 쓴다거나 짧은 자작시에 간단히 그림을 그리는 노트가 있어요.
Q. 어렸을 적 꿈도 그림 작가셨나요? 아니었다면 무엇이었나요?
▶ 붓글씨 쓰는 걸 많이 좋아해서 서예가가 되고 싶었어요. 고등학교 때는 막연히 예술가가 되고 싶었고요.
Q. 쉴 때는 무얼 하고 지내시나요?
▶ 딸과 손잡고 산책하다 도서관 가서 책 빌리고 근처 카페에서 간식 사 먹고 놀기를 좋아합니다.
Q. 저희는 모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일을 하잖아요, 작가님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살짝 소개 부탁드립니다.
▶ 세상 제일 부지런한 남편, 제 마음을 잘 알아주는 섬세한 아들, 명랑하고 사랑이 많은 늦둥이 딸, 그리고 나이 든 막내딸에게 아직도 뭐든지 다 할 수 있으니 용기를 내라고 말해주시는 팔순의 엄마를 사랑합니다.
Q. 훗날 사람들이 작가님을 어떻게 기억했으면 하시나요?
▶ 글쎄요. 사람들이 훗날에 저를 기억해 주실만 한 작가가 아직은 못 된다는 걸 스스로 잘 알기에 갈 길이 멀게 느껴지네요. 좀 더 부지런히 작업해서 일단은 현시대를 같이 사는 독자님들과 그림책으로 소통하며 인정받고 싶어요. 제 작업에는 쓸쓸하면서도 따뜻한 감정이 흐른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곤 하는데 그럴 땐 독자님들께 감사해요. 지경애만의 감성을 알아봐 주시니까요. 먼 훗날에 제 이름이 기억될 만한 책 한 권 남겨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제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작업을 하나씩 쌓아가며 살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