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바다를 후루룩’ 희봄 작가 인터뷰
2024-01-30


<‘바다를 후루룩’ 희봄 작가 인터뷰> 




Q. 그림책 속 배경인 포항 구룡포가 고향이신가요?

A. 고향이 아니에요. 저는 전라북도 완주군 삼례에서 태어났어요. 포항 구룡포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중에 알게 된 곳이에요. 원래 저의 직업은 방송작가인데요. ‘국수’라는 주제로 전국 곳곳의 향토 음식을 취재하다 구룡포의 ‘모리국수’를 알게 되었어요. ‘모리국수’는 어부들이 그날 잡은 생선을 모아 냄비째로 먹는다고 해 모디 국수(모리국수)라 불렀다고 해요. 땅이나 강에서 나는 재료로 만든 국수는 들어봤는데 바다 국수는 처음 알게 돼 끌렸던 것 같아요. 푸른 바다, 싱싱한 해산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Q. ‘바다를 후루룩’ 속 따뜻한 내용들이 경험에 기반한 것인지 궁금합니다.

A.‘바다를 후루룩’을 따뜻하게 봐주셔서 감사드려요. ‘바다를 후루룩’은 제 경험이 아니라 제가 만난 분들의 모습이에요. ‘국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중에 어부들을 취재하면서 알게 된 간접경험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저는 사람들의 땀방울을 귀하게 여기는 사람인데 그들의 모습이 노동요처럼 즐겁게 담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Q. 고향에 대한 마음이 궁금합니다.

A. 초등학교 때는 시골에서 멋모르고 뛰어놀다가 엄마의 교육열로 전주로 이사했어요. 그런데 그때는 반 친구들한테 시골에서 전학 왔다는 사실이 숨기고 싶었어요. 도시는 슈퍼마켓이 크고 처음 보는 간식도 많았고 버스만 타면 동물원, 극장, 공원 등 어디든 갈 수 있었어요. 시골보다 도시가 훨씬 좋은 것들을 많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이제 와 보니 고향에는 도시에 없는 것들이 더 많았어요. 가장 큰 건 주변 풍경이 사계절 내내 변한다는 것이에요. 도시는 봄과 겨울의 모습이 비슷해요. 그런데 시골은 봄과 겨울의 모습이 완전히 달라요. 시골은 자연이라는 풍족한 볼거리가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Q. 그림책 속 생생하게 표현된 '모리국수'의 맛이 기억나시나요?

A. 네. 한 입 후루룩 마시니 시원하면서 얼큰한 맛을 느낄 수 있었어요. 음, 얼큰하고 구수한 동태찌개에 국수를 넣은 맛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지금처럼 추운 겨울에 먹는다면 뼛속까지 구수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어요.


Q. ‘겨울’ 하면 생각나는 또 다른 음식이나 추억이 있으신지 궁금해요.

A. 겨울에 생각나는 건 붕어빵이에요. 고등학교 다닐 때 아빠가 붕어빵 장사를 하셨어요. 그때는 아빠가 붕어빵을 너무 많이 남겨오셔서 질려 있었는데···가끔 그 맛이 그리워요. 지금은 귀해서 잘 못 먹네요.


Q. 혹시 포항을 방문하는 분들이 있다면 추천하고 싶은 작가님만의 특별한 장소가 있을까요?

A. 포항 구룡포는 관광지로 잘 알려진 곳이에요. 원래 과메기로 유명했고 인기 드라마의 촬영지로 나오면서 풍경이 좋아서 더 많은 사람이 찾고 있다고 들었어요. 

그곳에서 제가 가장 인상 깊었던 장소는 구룡포를 바라보고 있는 언덕이에요.

언덕에서 보면 구룡포항의 풍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여요. 붐비지 않는 한적한 항구와 고즈넉한 어촌 풍경을 보면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기분이 들었어요.

 

Q. 어릴 적 꿈이 작가였는지 궁금합니다. 어떻게 작가의 길에 들어서게 됐는지도요!

A. 어릴 때 꿈은 영화감독이었어요. 이야기를 만들고 생각을 표현하는 것을 좋아했거든요. 그러다 방송작가 일을 하게 됐고요. 방송작가 일을 하면서 일상의 모든 것들이 다 이야기를 품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침 그림책에 푹 빠져있었고 제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들을 글로 표현하고 싶었답니다.


Q. 앞으로는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 혹시 지금 쓰고 계신 글이 있다면 살짝 스포 가능할까요? ^^

A. 지금 쓰고 싶은 글은 속상한 일이 있거나, 고민이 많거나, 힘든 상황에 있는 친구들에게 위로되는 글이에요. 지금은 노력 중인데 성공했으면 좋겠습니다.^^


Q. 창작 작업이 잘 되는 작가님만의 공간과 시간이 있으신가요?

A. 창작 작업이 잘 되는 공간은 통창을 바라보고 있는 책상이에요. 작업이 잘 되는 시간은 새벽 3시~ 6시고요. 그 어떤 것도 저를 방해할 수 없는 가장 고요한 시간이죠.


Q. 훗날 사람들이 작가님을 어떻게 기억했으면 하나요?

A. 그저 열심히 작업해야 하는 위치라 훗날을 생각해 보지 못했는데요.

사람들이 저를 기억해 줄 수 있을 만큼 능력이 있다면 저를 봄처럼 생동감 넘치고 따뜻한 작가로 기억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바다를 후루룩》 속 이야기가 너무 생생해서 작가님 고향이 포항이라고 생각하셨던 분들 계시나요? 😁

사람들의 땀방울을 귀하게 여기는, 위로되는 글을 쓰고 싶은 사람, 희봄 작가님의 인터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