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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
2022-11-10

일어나


라는 존재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된 주인공. 그런 주인공에게 기다렸다는 듯이 걱정들이 달려듭니다. 도망치려 할수록 더 큰 규모로 몰려오는 걱정들. 도망치다 빠져든 바닷속에서 주인공은 더 이상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무기력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주인공은 과연 걱정을 떨쳐 내고 스스로를 일으킬 수 있게 될까요? 무엇이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을까요?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자기 신체 중 가장 약한 곳이 먼저 반응하게 됩니다.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주변 환경이 나를 걱정의 바다로 몰아세우면 평소 내가 가장 불안해하던 것으로부터 걱정이 시작됩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걱정은 시작점이 무엇이었는지조차 잊을 정도로 무성해지고, 한번 시작되면 쉬이 그치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바닥까지 가라앉은 누군가를 일으키는 건 거창한 무엇이 아닙니다. 그저 따뜻한 말 한마디, 눈길 한 번, 붙잡은 손들이지요. 햇살과도 같은 그 말과 행동은 우리를, 또한 주인공을 일으키고 자신을 돌보게 합니다. 나아가 내가 돌봐야 할 것들을 돌아보게 합니다.

 

이 책은 주된 서사를 움직이는 큰 글씨의 양은 많지 않습니다. 대신 서사를 풍성하게 하는 작은 글씨들의 양이 많아요. 그러나 시간이 걸려도 이 작은 글씨들을 찬찬히 하나하나 짚어 가면서 읽어야 합니다. 대비되는 각각의 캐릭터들을 충분히 파악하게 하고 만화와 같은 재미를 주거든요.

 

또한, 면지에 작가님께서 독자를 참여하게 만드는 요소를 추가하셨어요. 자신의 걱정과 기쁨을 써 볼 수 있는 빈 공간이 있어서, 다시 읽을 때마다 아, 내가 이런 걱정이 있었구나, 이런 걸 기뻐했구나, 추억할 수 있어서 읽는 즐거움이 더 커지리라 생각합니다. 학급에서 읽을 땐 굿즈로 제작된 예쁜 포스터를 활용해 물방울 모양과 보석 모양 포스트잇을 붙여 가며 아이들의 기쁨과 걱정을 나눠 보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면서, 걱정을 하는 게 나쁜 건 아니지만 걱정만 하는 건 나쁠 수 있다, 다만 걱정이 자꾸만 커질 땐 이렇게 걱정을 나누면 된다고, 내가 가진 조금의 온기가 걱정의 바다에 빠진 누군가에겐 한겨울 주머니 속 핫팩보다 더 뜨끈할 수 있다고 말해 주고 싶습니다.

 

조금 더 욕심을 낸다면 김지연 작가님의 트레이드마크인 판화 기법을 살려 아이들과 나만의 걱정이, 기쁨이 캐릭터를 판화나 도장으로 제작해 보고 싶어요. 걷어 보면 걷어 볼수록 함께 해 보고픈 활동이 많아지는 책입니다!

 

밀려오는 걱정에 주저앉고 싶은, 또한 일어나고 싶은 숱한 어른들과 어린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 북멘토 메이트 1기 김다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