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좀 독특한 청소년 소설을 데려왔어요~
사실 좀 기피하는 장르라 걱정했는데 다행히 제가 생각하는 그런(?) 좀비물은 아니었어요 ㅎㅎ 기본 바탕이 되는 주제는 학교 폭력이며 그 속에 무속과 호러, 공포가 과하지 않게 버무려져 있습니다.
학교 폭력으로 사망한 학생이 자신을 괴롭혔던 무리 앞에 나타나며 벌어지는 사건을 탐정 ‘민준혁’과 그의 고등학생 조수 ‘안상태’가 파헤쳐 나가며 진실이 차츰 드러납니다.
한국추리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정명섭 작가님의 명탐정 시리즈 세 번째 이야기.
학생이라면 내 주변에서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학교 폭력에 대한 이야기라 굉장히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추리 소설 좋아하는 친구들이라면 책장이 굉장히 빨리 넘어갈 소설입니다^^
학교를 둘러싸고 죽은 아이의 잔혹한 복수극이 시작됐다!
호러와 스릴러, 추리와 판타지를 넘나드는 복합장르 탐정소설.
각 챕터 시작마다 등장인물들이 간략히 자기소개를 하는 부분이 독특합니다.
주요 등장인물인 민준혁과 안상태, 최필립, 황한학, 그리고 그녀의 어머니 강미자 5명의 각각의 성격이 명확하게 소개되어 있어서 소설을 읽으면서 캐릭터를 이해하기가 훨씬 좋더라구요.
웹소설 작가이자 현직 탐정인 ‘백수’ 민준혁, 일단 돈 되는 일은 모조리 하고 보는 ‘고교생 조수’ 안상태. 어느 날, 이 명탐정들 앞에 죽은 사람이 살아서 나타났다! 극소수의 무당만이, 무당의 섬 선암도에서만 죽은 사람을 되살릴 수 있다는 소문을 들은 민준혁과 안상태. 그래서 두 사람은 선암도로 향한다. 탐정 노릇만으로도 힘든 일이 한두 개가 아닌데 이젠 퇴마사까지 겸임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 두 사람. 그리고 하나씩 밝혀지는 사건의 진실들. |
“어둠 속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린 건 바로 그때였다.
이빨을 딱딱거리는 소리 같기도 했고, 어둠끼리 부딪치면서 내는 음산한 소리 같기도 했다.
아무튼 난생처음 듣는 소리에 숨어 있던 안상태 역시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다가오던 최필립도 놀랐는지 조명을 켠 휴대폰을 떨어뜨렸다.”
재차의가 되어 돌아온 황한학는 존재감 없는 조용한 학생이었지만 최필립의 패거리에게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무당인 자신의 어머니가 알게 되면 큰일이 생길 거라는 걸 알기에 참고 견디다 결국 공원에서 사고를 당하고 맙니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패거리의 멤버들 역시 한 명씩 차례차례 사고를 당하기 시작합니다. 김진수는 황한학이 죽은 공원에서 무언가에게 잔뜩 물린 자국투성이로 발견되고, 대식이라는 아이도 차 사고를 당합니다. 다른 아이는 길 한복판에서 유리 조각으로 자해를 하기도 하고, 강당에서 뛰어내린 아이도 있습니다.
다만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사고 이후 전학을 간 노시환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죠. 큰일을 당한 아이들은 희한하게도 모두 사고 현장에서 황한학의 이름을 부르며 살려 달라고 했다는 겁니다. 그날 밤 공원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리더인 최필립은 배경과 자신의 힘만 믿고 친구들을 괴롭히는 전형적인 일진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전학을 간 노시환이 거짓 진술을 했던 부분도 최필립의 힘이 작용한 건 아닌지 의심이 되네요. 안상태를 협박해 사건의 범인을 찾아내라는 명령을 내리는 것만 봐도 반성은 전혀 없이 사건을 덮고자 하는 악의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과연 황한학의 존재는 무엇일까요? 정말 무당인 그의 어머니 강미자가 선암도에서 자신의 아들을 살려 낸 걸까요?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면서 전형적인 약자와 강자의 입장에서 최필립과 황한학을 보게 됩니다. 그런데 이 모든 일의 배경이자 울타리인 학교는 소설 속에서 너무나 존재감이 없습니다. 오히려 학교의 명예와 최필립을 옹호하려는 모습까지 보이죠.
학교의 역할이란 무엇일까요? 최필립과 그의 부모는 당연히 벌을 받아야겠지만 권력에 떠는 선생님들에게는 책임이 없는지 생각해 봐야 할 문제입니다.
모든 복수가 끝나면 상처받았던 아이는 편안히 눈을 감을 수 있을까요? 인과응보 이야기는 언제나 독자들의 속이 뻥 뚫리게 해 줍니다. 하지만 학교 폭력과 돌아올 수 없는 친구의 죽음은 결말이 난 뒤에도 여전히 마음 한쪽에 개운하지 않은 느낌을 남깁니다. 좀비가 나타나 자신의 복수를 스스로 하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을 정도로 학교 폭력은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인 걸까요?
개인적으로 추리 소설도, 무속적인 소재도 좋아하지 않지만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주는 이야기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고등학생이지만 사건을 명쾌하게 파헤쳐 나가는 두 주인공 콤비의 활약이 돋보이는 탐정 소설이었어요^^ 청소년 문학은 많이 접해보지 않았는데 일반적인 이야기들 외에도 판타지나 추리 소설 등 다양한 장르가 존재하는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