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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고양이> 이혜인 작가 인터뷰
2026-07-07

작가인터뷰 by 그래서


<여름고양이>를 통해 그림책 작가로 첫 발을 내딛게 되었는데요. 그 이전부터 여러 작업을 해오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작가 이혜인의 작업의 역사를 들려주세요.

작업의 역사라고 하기에는 조금 거창한데요. (웃음) 저는 낙서를 좋아해서 ‘내가 직접 문구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으로 작은 드로잉북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그 안에 가장 익숙한 재료, 동양화 재료로 제가 좋아하는 고양이나 주변의 사물들을 담고 있는데 그 기록들이 쌓여 자연스럽게 지금의 작업으로 이어졌습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아주 작은 부분까지 정확하게 그리는 습관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 ‘내가 정말 그리고 싶은 그림은 이런 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저만 이해할 수 있는 감각과 형태를 표현하는 데 더 집중하게 되었고 조금 더 자유롭게 그리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또 너무 자유로워지다 보니 저만 알아볼 수 있는 그림이 되기도 했죠.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지금은 자유로움과 전달력 사이의 균형을 찾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너무 꼼꼼한 그림도, 너무 풀어놓은 그림도 저에게는 재미가 없더라고요.

제 그림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하나둘 생기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이 조금 더 잘 전달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지금의 스타일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졌습니다.

작업 방식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어요.

저는 전시를 위해 따로 그림을 그리기보다 일기를 쓰듯 꾸준히 그림을 그립니다. 그렇게 쌓인 작업들 가운데 어떤 것은 전시가 되고, 어떤 것은 달력이 되고, 또 어떤 것은 책으로 이어져요. 결과물을 정해두기보다 매일 그리는 과정 자체를 가장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그림책은 오래전부터 꼭 해보고 싶었던 작업이었어요. 한 장의 그림 안에 이야기를 담는 데는 익숙했지만, 그걸 여러 장으로 이어 하나의 서사를 만드는 일은 새로운 도전이었죠.

<여름고양이>를 작업하면서 비로소 한 장의 그림이 여러 장으로 확장되고, 그것들이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되는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저에게도 아주 의미 있는 첫걸음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혜잉 작가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기존의 동양화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자유로워집니다. 디자인으로 활용할 수 있는 동양화의 요소를 마음껏 활용하는 것 같아요. 이러한 시도들을 하게 된 배경과 과정을 듣고 싶어요.

저는 문구나 리빙 소품, 패브릭 처럼 일상에서 사용하는 물건들을 좋아해요. 그러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직접 만들어 보려면 먼저 그 안에 들어갈 그림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림을 표현하는 재료로 자연스럽게 동양화를 선택하게 됐어요.

처음부터 전통 동양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 해야겠다는 생각은 아니었어요. 제가 표현하고 싶은 분위기를 가장 잘 담아낼 수 있는 재료가 수묵 담채와 한지였고, 전통보다 제 감각을 먼저 따라갔더니 결과적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게 된 것 같습니다.

동양화는 색과 선이 가진 매력이 있어요. 유화나 아크릴처럼 표면에 물감이 쌓이는 것이 아니라 한지 속으로 깊이 스며드는 색감이 좋았고, 군더더기 없는 한 줄의 선만으로도 대상의 분위기와 감정을 담아낼 수 있다는 점에 끌렸어요.

작업할 때는 덧칠을 많이 하기보다 한 번의 붓질 안에서 먹과 물의 농담을 조절하며 대상이 가진 느낌을 가장 잘 표현하려고 합니다. 물의 양이나 번짐의 정도처럼 아주 작은 차이까지도 중요하게 생각해요.

요즘은 “그림만 봐도 혜잉 작가 그림인 줄 알겠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데, 저도 작업하다 보면 ‘이건 정말 내 그림 같다’는 순간이 있어요. 그런 경험을 하면서 조금씩 저만의 그림 언어와 스타일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그림책 <여름 고양이> 이야기를 해볼까요? 여름은 알겠는데, 왜 고양이인가요? 책 <여름 고양이> 에 대한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고양이는 오래전부터 짝사랑해 온 존재예요. 알레르기도 있고, 언젠가 떠나보내야 하는 순간이 두려워 직접 키우지는 못하지만, 대신 길에서 만나는 고양이들을 자주 바라보곤 합니다.

제가 만나는 고양이들은 대부분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길고양이들이라 산책을 하거나 사진을 찍을 때도 계절의 변화와 함께 있는 고양이들의 모습을 자주 마주하게 돼요.

아마 그런 기억들이 쌓여 <여름 고양이>의 주인공이 자연스럽게 탄생한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작업하면서는 주인공 고양이가 꼭 제 이야기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저는 여름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거든요. 바다에 가도 튜브 위에서 발을 물에 담그지 않을 정도였고, 모기도 잘 물려서 여름이 반갑지 않았어요. 그저 생일과 방학이 있어서 좋아했던 계절이었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친구들이 수영을 배우자고 하고,

여행을 함께 가자고 손을 내밀어 주면서 저도 조금씩 여름을 다르게 바라보게 됐어요. 싫어했던 계절이 어느새 즐거운

추억이 있는 계절로 바뀐 거죠.

<여름 고양이>도 비슷합니다. 낯설고 싫었던 여름을 새로운 만남과 경험을 통해 조금씩 다르게 바라보게 되고, 결국 여름을 좋아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그래서 이 책은 고양이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제가 여름을 사랑하게 된 과정을 담은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이번 <여름 고양이> 원화 전시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 혹은 눈여겨 봐 주길 바라는 작업들이 있다면 이야기해 주세요.

이번 원화 전시에서는 책으로 볼 때와는 다른 동양화의 매력을 꼭 느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원화를 보시고 나서야 수채화와 동양화가 정말 다르다는 걸 알게 되셨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동양화는 여러 번 덧칠하며 쌓아 올리는 그림이 아니라, 한 번의 붓질로 형태와 분위기를 완성하는 작업에 가까워요. 그래서 고양이의 수염이나 얼룩, 풀 한 포기, 나뭇가지 하나까지도 대부분 한 번의 붓질로 그려낸 것들입니다. 붓의 속도나 먹의 번짐, 물의 양에 따라 달라지는 선들을 원화에서 천천히 살펴보시면 동양화만의 매력을 더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책에서는 이야기를 따라 읽게 되지만, 원화 앞에서는 조금 천천히 머물러 주셨으면 좋겠어요. 첫 장면부터 작은 꽃과 넝쿨, 돌담 위에 숨어 있는 고양이처럼 곳곳에 아기자기한 요소들을 많이 숨겨두었거든요. 그런 작은 디테일을 하나씩 발견하는 재미도 이번 전시의 즐거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사실 화면이 시원하게 펼쳐진 장면보다 이런 작은 요소들을 그리는 데는 며칠씩 걸리기도 해요. 아주 얇은 한지 위에서 한 번의 실수도 조심하며 작업했기 때문에, 원화에서는 종이의 질감과 붓의 흔적까지 함께 봐주시면 더욱 재미있게 감상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후 혜잉 작가님의 계획을 알려주세요.

가까운 계획으로는 <낙엽 고양이>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여름 고양이>에 이어 또 다른 계절을 담은 이야기라, 많은 분들께 선보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지금처럼 꾸준히 그리고, 만들며 지낼 것 같습니다. 저에게는 매일 그림을 그리는 일이 가장 중요한 작업이거든요.

조금 더 먼 미래에는 그림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보고 싶어요. 그림책은 물론이고 전시도 하고, 리빙 브랜드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제 그림이 커튼이나 접시, 문구 같은 일상의 물건들 위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었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생활 속에서 제 그림을 만나고 함께할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습니다. 또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협업하면서 제 그림이 더 여러 형태로 확장되는 경험도 많이 해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