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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시장》 김지연 작가 인터뷰
2024-05-28


《평화 시장》 김지연 작가 인터뷰



Q. 작가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 글과 그림으로 세상을 만나는 그림책 작가 김지연입니다. 그림책, 에세이, 만화, 미술 교육책 등 현재 23권의 책이 세상과 이야기하고 있어요.



Q. 신간 《평화 시장》 그림책 소개와 함께 이 이야기를 만드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 제가 어릴 때 아빠가 동대문 평화시장에서 원단 가게를 하셨어요. 어린 마음에 ‘평화시장은 어떻게 생겼을까? 평화를 사고 파나?’ 그런 게 궁금했죠. 제가 작가가 되고서 ‘언젠가 이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어야지’ 했어요. 평화 이야기를 친숙한 평화시장이란 공간에 펼쳐 놓으면 잘 어울릴 것 같았어요.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전쟁과 분쟁들은 너무 슬픈 일이고, 멈췄으면 하는 마음에 무기, 평화, 군사 관련된 것을 찾아보고 공부했어요. 그러다 우연찮게 평화시장에 작업실을 얻어 작업을 진행했어요. 평화를 누리는 다양한 사람들과 일들이 넘쳐나는 시공간인 평화시장에서 활력과 열정을 느끼며, 평화가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평화시장 자체가 이미 에너지를 가진 매력적인 장소였어요.



Q. 《평화 시장》은 귀여운 그림체와 상반되게 어려운 주제를 갖고 있는데, 여기에 숨겨진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 시장에선 무엇이든 사고팔 수 있잖아요. 그런데 나쁜 것을 파는 시장도 있어요. 무기나 마약 같은 것을 암거래하죠. 이런 걸 그레이마켓, 다크마켓이라고 해요. 그리고 그 나쁜 것을 좋은 것이라고 이야기하며 팔아요. 똑똑하지 못한 소비자는 나쁜 걸 살 수 있어요. 만약에 무기를 파는데 소비자가 외면한다면, 침략국 국민들이 강력하게 전쟁 반대를 한다면, 세계가 지탄을 한다면 전쟁이 아예 없어지지는 않아도 쉽사리 일어나기 어렵지 않을까요? 지금 우리나라가 무기 수출 세계 8위 국가예요. 죽음을 장사해서 번 돈으로 우리 국민들이 혜택을 누리는 걸 우리는 좋아해야 할까요? 분단국가이니 국방비를 계속 늘이는 것이 좋은 건지, 통일과 평화에 관한 것에 모색하고 진행하는 예산을 더 많이 잡아야 하는 건지 같이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평화시장>엔 침략자가 보이지 않아요. 피해를 입은 자들이, 폭력을 당한 나는 무엇으로 대응하고 어떤 평화를 선택할지 고민해요. 우리도 평화를 찾는 태도를 모색해야 해요. 국가가 할 일이 있고, 개인이 할 일은 다르다고 생각해요. 이야기가 진지하고 무거워 접근조차 안 할까 싶은 마음에 부드러운 색연필을 사용해서 작업했습니다.



Q. 매번 다른 색감이나 도구를 사용한 그림책이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새로운 작업물을 기획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또 가장 좋아하시는 작업 도구나 방식이 궁금합니다.

▶ 그림책에서 이미지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죠. 그래서 이야기에 맞는 재료를 선택하는 것은 마땅한 일인데, 그 재료를 연마하는 과정과 시간을 견디는 것이 좀 어려운 일이에요. 묵직한 이야기는 주로 판화로, 가볍게 이야기를 전하고 싶을 땐 아크릴 물감이나 색연필을 사용합니다. 콜라주도 재미난 이야기에 잘 어울리는 것 같구요. 무엇보다 새로운 도구를 사용하면 전에 하던 습관을 없앨 수 있어 좋아요. 새로움만큼 멋진 매력은 없잖아요.



Q. 북멘토에서 나온 《넘어》 《일어나》 《평화 시장》 모두 마지막은 결국 ‘희망’이라는 느낌이 있습니다. 이러한 주제를 선정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 이상하게 예전부터 소멸과 죽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어요. 생을 가진 것들은 침잠과 부양, 부유하며 소멸이라는 자연스러움으로 가잖아요. 그렇지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불안하고 두렵죠. 그렇다면 희망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잘 되어가고 있다는 가능성! 매 순간을 잘 지내야 하는 마음! 바라는 마음! 희망이잖아요. 불안을 딛고 일어서는 아주 작은 가능성이 삶을 충만하게 해요. 희망은 하나도 거창하지 않아요. 생을 지닌 것들은 매 순간 희망한답니다. 



Q. 모든 책이 다 소중하지만 《넘어》 《일어나》 《평화 시장》 중 특별히 더 아끼는 도서가 있을까요? ^^

▶ 아악!! 너무 해요. 이건 다섯 손가락 중에 어떤 손가락이 제일 예쁘냐고 묻는 것 같아요. 그래도 고르라면 <일어나>를 안아주고 싶어요. 힘겨운 일을 겪는 사람에게 일어나라고 말하는 것은 엄청난 용기를 내야 해요. 혹시 어설픈 위로나 격려가 그를 더 힘들게 할 수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네 곁에 내가 있어. 내가 함께할게’를 알려주고 싶어요. 어쩜 이미 일어나고 싶었는데 자존심이 상하거나, 용기가 없어 주저하는 사람들에게 ‘아이, 정말 귀찮아.’하며 못 이기는 척하며 툴툴 털고 일어나게 돕고 싶었어요. <일어나>는 명령어가 아니라 오히려 제가 아래로 내려가 모시는 거죠. ‘힘들까 타인에게 격려와 위로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혼자 힘듦이 벅찬 이들에게’ 일어나라고 대신 말해주고 싶었어요. 일어나야 넘기도, 시장에 가기도 하지요.


Q. 특별히 창작 활동이 잘 되는 시간과 공간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 제가 호기심이 많아 잘 돌아다녀서 에스키스, 섬네일, 글은 시간과 공간을 정하지 않고 작업을 하는 편이에요. 그림엔 감정이 드러나서 무조건 컨디션이 좋을 때 그려요. 속상할 때나 피곤할 땐 다른 일을 해요. 밤이나 이동시간에 주로 책을 읽고 낮 시간에 작업을 해요. 작업 책상 4개 정도를 사용해요. 하나는 글과 원고를, 하나는 드로잉을, 하나는 판화를, 하나는 노트북으로 잡무와 공부, 독서용으로. 헤헤 여기엔 간식이랑 컵들도 잔뜩 있어요. 한 책상에서 다 하기엔 너무 다 다른 일이라 어쩔 수가 없네요. 영상 같은 데 깨끗하게 작업실 쓰시는 분들 대단하세요!



Q. 혹시 다음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면 어떤 이야기인지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 멋진 어른을 알려주고 싶어요. 어린이 시절도 소중하고 좋지만, 어른으로 사는 시간은 아주 길답니다. 저도 이렇게 길 줄 몰랐어요. 짧지만 강렬한 어린 시절을 모아서 어른이 되어 잘 사용하길 바라는 마음, 또 어른이지만 어른스럽기가 어려운 어른들에게도 생각거리를 주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요. 기대해 주세요.



Q. 휴식시간엔 보통 무얼 하시나요?

▶ 친구들을 만나 자연에서 놀려고 노력해요. 우리 일터가 도심이라 자연으로 시공을 이동하면 계절의 변이와 감수성도 풍부해지고, 동시에 의연함도 느끼게 해주어요. 근데 정말 노력이 필요해요. 작정하고 휴식합니다. 계획과 노력이 필요해요. 휴식이 아니라고요? 계획 세울 때부터 신이 난답니다. 



Q. 어렸을 적 꿈도 작가였나요? 아니었다면 무엇이었나요?

▶ 어릴 때 그림을 그리면 너무 재미났어요. 아침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 해 질 녘까지 그리더래요. 잘 그리진 못하는데 그림을 그리며 이야기들을 상상하는 것이 너무 좋았어요. 화가가 되고 싶었고, 그래서 화가에서 그림책 작가로 자연스럽게 왔어요. 공상하는 시간을 존중해 주신 부모님 덕분에 지금의 직업이 가능했던 것 같아요.



Q. 작가님의 장기 계획, 꿈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 아웅! 장기 계획은 비밀이에요. 잘 준비해서 이루면 북멘토에 제일 먼저 알려드릴게요. 걱정 마세요. ‘우주정복!’ 이런 거나, ‘부자 되기’ 저런 거는 아닙니다. 그런데 더 중요하고 변하지 않는 매일의 계획은 “잘 살자!”랍니다.



Q. 마지막으로 작가님의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그림책과 행복하신지요?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그래도 책도 좋아하고 마음도 좋은 분들이실 거예요. 그러니 우리 같이 그림책 밖에 있는 것들에 관심을 가져요. 전쟁 포화 속 떨고 있는 어린이들, 기후변화로 위기에 처한 삶들, 계층의 차이로 인권이 존중되지 못하고 차별받는 이들을, 가난 속에서 인간의 기본권이 지켜지지 않는 이들을 같이 생각해요. 그리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평등에 대해 생각해 봐요. 같이 아름다움과 행복을 나눌 생각을 만들어 가요. 그게 그림책이 할 일이고, 성숙한 이들의 행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