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장바위 깜장바위》 윤여림 작가 인터뷰
Q. 작가님 소개 부탁합니다.
▶ 안녕하세요? 저는 그림책 글과 동화를 쓰는 작가 윤여림입니다.
Q. 《감장바위 깜장바위》 속 주제, ‘자기 본성대로 살아도 괜찮아’라는 생각에 대해 쓰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작가로 살면서 상처를 종종 받아요. 좌절도 많이 하고요. 힘들면 상상의 세계로 달아나는 게 어렸을 때부터 제 버릇인데요, 2019년 그 날은 상상의 세계가 아니라 작가 생활을 끝내고 혼자만 즐기는 글을 쓰며 살까 하는 유혹에 빠져들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눈앞에 땅속에 묻혀 지내는 바위가 떠오르는 거예요. 이어서 땅 위로 구르며 세상을 누비는 바위가 떠올랐고요. 하지만 거기까지. 두 바위의 삶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그때는 알지 못했어요. 작년 봄이 되어서야 두 바위의 삶 모두 아름답다는 걸 깨달았어요. 땅속이라고 해서 상처 받을 일이 없는 것도 아니고, 땅위라고 해서 마냥 상처투성이로 사는 게 아니에요. 어떤 삶을 선택하든 자기가 받은 상처를 의미있게 승화시키며 살아간다면, 그렇게 성장하며 산다면 다 괜찮아요. 저처럼 감장 깜장 다 갖고 있는 얼룩바위 같은 사람이라면, 그때그때 마음이 가는 대로 살면 되는 거고요. 이런 메시지가 누군가에게는 힘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 깨달음이 통찰처럼 오자 감장바위와 깜장바위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흘러가 완성이 되었습니다.
Q. 《다시는 낚시 안 해》 환경 관련 주제나 《감장바위 깜장바위》 속 주제 등 작가님은 어른, 아이 할 거 없이 읽기 좋은 이야기를 만드시는데, 주제는 어떤 과정으로 설정하시나요?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는 작가는 머리 위에 더듬이가 솟아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안테나라고 표현하는 게 더 와닿을지도 모르겠네요. 상상해 보세요. 이런 저런 온갖 영감들이 세상을 떠다니고 있어요. 자기들만의 주파수를 발산하면서요. 작가가 글을 쓰지 않는 시간에도, 놀거나 자는 시간에도, 더듬이는 작가와 별개로 움직이고 있다가 문득 자기랑 주파수가 맞는 영감을 발견하게 되면 순식간에 그 영감을 나꿔채는 거예요. 더듬이가 낚아챈 영감을 어떤 주제의 이야기로 발전시킬지는 작가의 역량에 달려 있고요. 작가의 역량은 이야기를 만드는 힘뿐 아니라 삶의 경험, 가치관, 세계관 등등이 모두 어우러진 힘을 말해요.어린이책 작가라면 내면의 어린이가 갖고 있는 힘도 포함되겠지요.
<<다시는 낚시 안 해>>도 우리 집 냥이랑 줄로 놀아 주는데 갑자기 제 더듬이가 하늘과 땅 어디쯤 살고 있는 낚시꾼이라는 영감을 잡아채서 시작된 그림책이에요. 그 영감이 평소 관심 있던 환경문제와 화학 반응을 일으키며 지금의 주제가 있는 이야기로 발전한 거죠.
Q. 처음 《감장바위 깜장바위》 표지를 보고 어떤 기분이셨을지 궁금합니다.
▶처음에 컴퓨터 모니터로 표지를 확인했을 때, 수박처럼 보이는 땅과 그 위로 튀어오른 바위들 모습이 마냥 귀엽고 재밌었어요. 하지만 나중에 책을 직접 받아들었을 때 그야말로 경탄하고 말았어요.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큰 판형, 출판사에서 고심해서 선택한 두툼한 용지 덕분에 초록빛과 진분홍빛으로 표현된 땅이 묵직하고도 강렬하게 와 닿았거든요. 땅이 갈라지는 모습을 수박이 갈라지는 것처럼 표현한 무르르 작가님과 그 그림을 효과적으로 표지로 구현해 낸 북멘토 디자인 팀에게 박수를 보내 드리고 싶습니다.
Q. 특별히 창작 활동이 잘 되는 시간과 공간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 아침 10시 반부터 점심 먹을 때까지, 그리고 4시부터 저녁 먹을 때까지 대략 그렇게 집중이 잘 되는 거 같아요. 그런다고 그 시간 내내 글을 쓴다는 뜻은 아닙니다.(하하) 집중 못하고 딴짓을 일삼다가 뒤늦게 이야기가 내달리기를 시작해서 8시, 9시까지 저녁을 못 먹고 일할 때도 종종 있지요. 늘 문제는 제 집중력입니다.(하하)
일은 거의 제 방 책상에서 해요. 아주 가끔 너무 일이 안 풀려서 괴로울 때면 마당에 노트북을 가지고 나가기도 합니다.
Q. 혹시 다음 작품을 준비하고 계시다면 어떤 이야기인지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 일단 차기작으로 나올 작품은 북멘토에서 나올 저학년 대상 동화예요. 반짝이는 물건에 집착하게 된 달걀귀신 이야기랍니다. 신민재 작가님의 그림 덕분에 많은 어린이 독자님들이 좋아해 주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현재 작업 중인 작품은 작년부터 계속 쓰고 있는 호흡이 긴 장편이에요. 저학년 동화와 그림책 글도 영감이 떠오르면 틈틈이 끄적이고 있고요. 모두 다 제대로 완성이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어떤 이야기다 말씀 드리기는 부끄럽고요, ‘시’ 또는‘이야기’의 힘, 의미를 이야기 속에 풀어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만 말씀 드릴게요.
Q. 휴식시간엔 보통 무얼 하며 지내시나요?
▶ 저는 정말이지 휴식 시간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요.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거나 마당에 앉아 나무와 하늘을 멍하니 바라봐요.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와 새 소리를 들으면서요. 누가 저를 끌어내지 않으면 이렇게 마냥 집에 처박혀 멍하니 지냅니다.
Q. 어렸을 적 꿈도 작가였나요? 아니었다면 무엇이었나요?
▶한때 퀴리 부인 같은 과학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진 적도 있었지만, 아주 어렸을 때부터 상상한 이야기를 글로 쓰는 걸 좋아했던 터라 과학자가 되더라도 소설을 써야지 생각했어요. 소설 쓰는 과학자가 되고 싶었던 거죠. 나의 수학과 과학 능력이 턱 없이 부족하다는 현실을 확실하게 자각한 6학년 때부터 과학자 꿈은 버리고 오로지 작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Q. 작가님의 장기 계획, 꿈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 사람으로서는‘괜찮은 어른’으로 늙어가고 싶습니다. 작가로서는 죽는 그 순간까지 작가이고 싶습니다. 이야기를 쓰는 사람으로 살다 가고 싶습니다.
죽기 전에 꼭 완성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지금 제 역량이 부족해서 감히 도전하지 못하고 있어요. 언젠가 그 이야기를 완성하는 것 또한 제 꿈입니다. 아, 꿈이 또 하나가 있네요. 제 마음속에 살고 있는 어린이가 언제까지나 어린이로 남아 주기를 바랍니다.
Q. 마지막으로 작가님의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가끔 생각해요. 제가 이십 여 년 내내 작가로 살고 있다는 게 기적 같다고요. 세상에는 너무나 훌륭한 작가들이 많으니까요. 이런 기적 속에서 살 수 있는 건 모두 제 이야기를 읽어 주는 어린이 독자님과 어른 독자님들 덕분입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여러분이 즐겁게 읽을 만한 이야기를 쓰기 위해 앞으로 더 노력하겠습니다. 제가 계속 작가로 살 수 있도록 많이 응원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