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다시는 낚시 안 해》 리뷰
2023-04-17

《다시는 낚시 안 해》 리뷰



“우리 같이해요.”

 

우아! 

구름 바다 앞 초록 나무 옆 작은 집에 혼자 살고 있다고?

그것만으로도 너무 부러운데, 깨끗하고 조용하기까지 한 곳이라고.

그렇게 좋은 곳에 도대체 누가 살고 있다는 걸까요?

부러운 마음에 괜스레 배가 아파져 오는 걸 꾹 참으며 그림책 속 ‘나’ 들여다보았어요.

혼자인 ‘나’는 보물을 얻으려고 낚시를 하며 무료함을 달래며 살아가요. 

무렵 백 년 전에도, 오십 년 전에도 유유자적 낚시로 보물을 건져 올랐다네요.

그가 건져 올린 보물로 말할 것 같으면~

(궁금하시죠? 그림책에서 확인해 보세요. 그리고 ‘나’의 최애 보물도 한번 찾아보세요.)


내공 만렙 강태공 ‘나’는 오늘도 줄줄이 사탕 같은 보물을 기대하며 낚싯대를 올리지만, 

따라 올라온 것은 줄줄이 동물들.

그리고 죄다 살던 곳에서 무언가로부터 피해 도망 왔다고 성토해요.

배도 고프다 하고 돌아가지도 않겠다고 아우성치는 녀석들이 몹시 불쾌하고 불편하지만 

툴툴거리며 해달라는 거 다 해 주며 어르고 달래서 돌려보내요.

과연 불평투성이 동물들은 자기들이 살던 그곳으로 모두 돌아갔을까요? 

낚시에 놀란 ‘나’는 이후에 

‘낚싯줄 내리기 금지!’와 ‘동아줄 내리기 금지!’ 경고문까지 붙이게 되죠. 

그중에서도 ‘두레박줄 내리기는 절대 금지!’인 이유도 꼭꼭 찾아보기로 해요.


우리가 사는 세상은 ‘나’ 외에는 모든 사람 혹은 곳과 나름의 경계가 나뉘어 있어요. 

하지만 우리가 처한 현실은 나 혼자서는 해결 방안을 찾기 어려운 일들이 더 많아요.

그래서 그 경계를 허물고 함께 해야 하는 일도 많고요.

동물들이 사냥꾼 피해서, 홍수 피해서, 산불 피해서 도망 온 

그곳을 계속 그냥 두어도 괜찮을까요? 

그곳에 살고 있는 우리는 정말 괜찮을까요? 

구름바다 초록 나무 옆 ‘나’는 언제까지 평화롭고 조용하게 그곳에서 지낼 수 있을까요?

우리 함께 어떻게 우리가 사는 이곳을 지켜 낼 수 있을지 

함께 머리 맞대고 방법을 찾고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요?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이야기가 글 작가님, 그림 작가님을 통해 펼쳐지는 것이 그림책 세계입니다. 또한 그렇게 탄생한 그림책을 만나는 독자의 삶과 어우러져 또 다른 세계가 만들어지고요. 저 역시 이 그림책을 만나고 요즘 저의 머릿속에 가득한 생각과 보태어져서 새로운 이야기로 보이더라고요. 장애 아동과 소통하며 언어를 가르치는 일을 하는 언어재활사인 저는 요즘 아이들의 새 학기 적응을 지켜보며 노심초사하고 있답니다. 그래서 《다시는 낚시 안 해》의 동물들이 우리 아이들이 처음으로 만나는 선생님, 반 친구들 같다고 생각했어요. 역할과 입장은 서로 바뀔 수도 있겠지만 내 공간으로 들어온 갑작스러운 타인에 대한 경계와 불편함은 모두 마찬가지일 테니까요. 이 그림책에 그 불편을 해소할 아주 명쾌한 해답이 있었어요.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살피고 배려하며 함께 하거나 더 좋은 방법을 찾아가길 바라는 마음이 그림책에 담겨 있었어요. 

‘나’와 ‘너’로 나뉜 경계에 머물기보다 한 울타리에서 조금은 부대끼고 또 조금은 화합하며 함께 더 좋은 숲과 초원을 꿈꿀 수 있는 ‘우리’가 되는 길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우리도 함께 낚시해요!.”

“아! 다시는 낚시 안 하기로 했죠.”   

“그럼, 저랑 두레박 타실래요?”







김봉순 

아이들의 언어발달을 돕는 언어재활사로 치료실을 운영하며, 그로잉맘에서 언어발달 온라인 상담을 하고 있습니다. 딸과 함께 읽던 그림책을 치료실 아이들과 함께 읽으며 감동하고 공감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