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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돌이 천사단》 리뷰
2023-07-24

《곰돌이 천사단》 리뷰



그림책을 읽어 주러 매주 아이들 학교에 간다. 본관 건물 중앙 출입구 게시판에 커다란 연갈색 곰돌이 사진이 붙어 있고, 상담실에 있는 곰돌이에게 이름을 붙여 주는 이벤트를 하고 있다는 글을 보았다. 그리고 그다음 주에 보니 그 곰 인형에게 ‘곰비’라는 이름이 생겼다. 그 이름을 지은 어린이는 “곰에게 비밀을 말해 봐”라는 의미로 곰의 이름을 ‘곰비’로 지어 주었다고 했다.

《곰돌이 천사단》에서 상담실에 등장하는 세 마리 곰을 보면서 어린이 학교의 곰비가 바로 떠오른 이유다. 다른 인형들도 많을 텐데 그렇다면 상담실에 왜 하필 곰 인형일까?

책을 읽다 보니 이해가 간다. 아이들은 상처받은 마음, 속상한 마음, 위로받고 싶은 마음 등을 들어주고, 보듬어 주고, 안아주기를 바란다. 그러기에 덩치 크고 폭신한 곰 인형만 한 게 있을까?

책 속에서 상담실에 있던 탕 선생님은 정작 상담실을 찾아온 어린이들이 지니고 있던 고민과 걱정거리에 대해 그 어떤 결론이나 해답도 내려주지 않는다. 거부감없이 상담실로 올 수 있게 다리가 되어 주긴 했지만, 고민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것도 마음 정리를 하는 것도 결국은 어린이 자신의 몫이고 그 과정에 투덜곰, 땡땡곰, 토닥곰, 샤오탕이 함께하며 도움을 줄 뿐이다. 

성장의 주체는 어린이이다. 그리하여 어린이는 조금씩 성장한다. 우리 집 어린이를 통해 알았다. 생각보다 많은 어린이가 다양한 이유로 자주 보건실에 간다는 것을. 그리고 배가 아프거나, 머리가 아프거나, 어지럽거나, 속이 메스꺼운 이유가 심리적인 이유일 때가 많다는 것을.

보건실 선생님께 증상을 말하고 잠시 쉬어 가거나, 또는 누워 있다 가기도 하는데 그때 선생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선생님의 손길이 닿으면 몸이 금세 좋아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린이들에게는 보건소, 상담실뿐만 아니라 곳곳에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나만 힘들지 않다는 것, 내가 힘들 때 도움을 줄 사람이 있다는 것, 그런 믿음은 어린이들이 불안 없이 외롭지 않게 성장하는 데 큰 영양분이 된다.

오늘도 걱정과 고민으로 힘들어할 어린이를 위해 곳곳에 곰돌이 천사단 같은 존재들이 많아지길 바라본다.







신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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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방 씨앗

그림책 전문 서점이라서 그림책의 비중이 높지만, 어린이책, 청소년책, 성인책 등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비치해 두고 있습니다. 책방에서는 어린이 독서 모임, 어린이 그림책 수업, 그림책 낭독회 외에도 다양한 작가님들을 모시고 작가와의 만남이나 북토크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어른도 아이도 즐겁고 의미 있게 읽을 수 있는 그림책을 좋아합니다. “씨앗에는 좋은 책이 많아요.” “큐레이션이 좋아요.” “책방지기가 그림책을 재미있게 읽어 줘요.”라는 말을 들을 때 뿌듯함을 느낍니다. 아직 그림책의 매력을 발견하지 못한 사람에게 오늘도 그림책 씨앗을 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