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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후루룩》 리뷰
2023-04-24

《바다를 후루룩》 리뷰

인생 국수, 바다를 후루룩



인간의 삶이란 다양한 이야기를 품으며 한결같지 않기에 여러 가지 말로 비유되곤 한다. 정상을 향해 오르는 산, 긴 거리를 달리는 마라톤, 때론 계절로 비유되기도 하고 한 권의 책으로도 인생을 비유한다.

많고 많은 비유 중에서 바다를 인생으로 비유하곤 하는데 잔잔하다가도 때론 거친 파도가 시련을 주기도 하고 마치 욕심을 허락하지 않는 듯한 커다란 바다의 속성을 고스란히 인생과도 연결 지어 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 인생과도 같은 거대한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어떤 하루를 보내며 살아가고 있을까. 집 앞이 드넓은 바다이며 바다 위에서 나날을 보내고 바다가 내어준 물고기를 일상의 양식으로 삼는 바닷가 마을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아낸 그림책 《바다를 후루룩》은 포항 구룡포를 배경으로 한다.

국수 면을 ‘후루룩’ 넘기는 의성어를 활용해 제목을 지은 《바다를 후루룩》은 구룡포에 지역 음식인 ‘모리국수’를 소재로 바닷가 마을의 하루를 따라가며 그들의 삶의 이야기와 삶을 이끄는 서로 간에 사랑까지 독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해 준다.

아직 어두운 하루를 시작하는 풍경은 축제의 시작으로 그려진다. 장막이 걷히고 조명이 켜지면 무대 의상을 입듯 작업복을 입고 고된 바닷일을 하러 나가야 하는 부담감도 관찰자에게는 신비로운 바다에 초대된 축제의 시작으로 느끼게끔 그려 냈다.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고될 것이라는 생각을 이야기의 시작부터 지워 내고 바다 위에서 벌어지는 모든 것들이 그들에게 삶이자 축제의 장임을 일깨워 준다. 부둣가로 몰려든 사람들이 배에 몸을 싣고 바다를 향해 가면 바람과 햇살이 마치 무대 효과들처럼 축제의 장을 보조한다. 바닷속 물고기도 하늘의 갈매기도 배 위에 엄마 아빠와 같이 모두가 주인공이다. 그날의 수확을 가지고 육지로 돌아오면 또 다른 축제가 펼쳐진다. 갓 잡은 물고기들을 선보여 흥정하는 일은 할머니의 몫이 된다.

이렇게 축제가 한창 펼쳐지는 중에 가족을 기다리는 아이는 외로울 법도 한데 바닷가에 널린 국수 가락이 춤을 춘다고 느낄 만큼 기다림의 시간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잘 견디어 낸다. 글에는 묘사되지 않는 고양이가 그림 안에 등장하는데 아이의 외로웠을 법한 시간을 고양이 친구를 등장시켜 함께 함으로써 아이의 기다림의 시간을 다독여 주는 것만 같아 그림으로도 이야기를 보조한다. 

책 속 화자의 시선이 곧 아이가 느끼고 상상하는 마음속을 담아내고 있기도 한데 이 모든 하루의 일상을 축제처럼 즐길 수 있는 건 현재를 사랑하는 가족들의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바탕으로 한다. 거기에 일과를 마치고 팔고 남은 해산물로 끓여 만든 ‘바다 국수’를 온 가족이 함께 후루룩후루룩 먹는 따스한 시간이 더해지면서 서로의 사랑이 더욱 단단히 쌓여간다.

추운 겨울을 배경으로 두터운 외투를 입고 찬 바다를 나가 그물을 당기고 부둣가에서 물고기를 흥정하고 홀로 가족을 기다리는 시간들이 차갑게 느껴질 만도 한데 그 안에 모든 차가움과 외로움, 고됨을 잊게 하는 서로 간의 사랑이 든든히 자리하고 있기에 국수의 따뜻한 온기처럼 그림책에서 색도 그들의 삶도 따뜻하게 느껴진다. 

요즘 들어 ‘꺽이지 않는 마음’이란 말이 여기저기 많이 쓰인다. 삶이라는 무게 앞에 더욱이 삶이 고되어 가는 현대인들에게 마음만은 포기하지 말고 나아가자는 바람이 묻어나는 주문 같은 말이 아닐까. 마음이 꺾이지 않도록 지탱해 주는 가장 큰 원동력은 고된 일상도 축제로 보이게 하는 함께하는 사람들의 마법 같은 ‘사랑’일 것이다.




조성순

콕콕콕 그림책방 지기이자 니들펠터 인형작가입니다.



콕콕콕

콕콕콕은 구로구 오류동에 위치한 ‘그림책’ 전문서점입니다. ‘그림책은 전 연령 모두를 위한 책’이란 모토로 ‘그림책으로 전하는 위로와 용기’를 콕콕콕의 가치로 삼고 여러 독자와 만나고 있습니다. 그림책을 통한 다수의 활동으로 그림책 작가 만남, 독서 동아리 운영, 그림책 큐레이션, 그림책 북콘서트, 그림책 아트프린트 전시 등 다양한 문화 활동을 기획 진행하고 있으며 특화 프로그램으로 니들펠트 공예 그림책 캐릭터 인형 만들기를 합니다. 서울아트책 보고 내에 콕콕콕 부스를 운영하며 그림책 전시 및 문화 프로그램도 진행합니다. 콕콕콕을 찾는 독자들의 일상에서 그림책을 통한 쉼과 위로가 가닿기를 희망합니다.